브라질은 왜 룰라 지지층과 보우소나루 지지층으로 갈라졌을까?
브라질에 살다 보면 정치 이야기가 빠질 새가 없습니다. 대선 2차 투표를 앞둔 요즘은 더 그렇죠. 특히 룰라(Lula)와 보우소나루(Bolsonaro) 이야기가 나오면 사람마다 생각이 꽤 다르다는 걸 실감하게 됩니다.

시작하기 전에 밝혀 둘 게 있습니다. 저는 남동부 상파울루에 살고, 제 주변에는 보우소나루 지지자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제 주변 분위기가 브라질 전체의 민심과 같다고 볼 수는 없으니,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최대한 중립적으로 써보겠습니다.
지난주 업무차 만난 자동차 딜러 한 분(50대 여성)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습니다. 보우소나루 진영이 좋아서 표를 주는 게 아니라, 룰라가 다시 대통령이 되는 게 싫어서 표가 몰린다는 얘기였어요. 한 사람의 의견이 브라질 전체를 대변하진 않겠지만, 지금의 분위기를 이해하는 데는 참고가 될 만합니다.
참고로 이번 2차 투표에서 룰라와 맞붙는 사람은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아들, 플라비오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입니다. 이 글은 두 집안의 이름으로 갈라진 브라질 정치 구도를 이야기합니다.
어떤 사람에게 룰라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일한 대통령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브라질을 망친 정치인입니다. 보우소나루도 마찬가지예요. 누군가에게는 부패한 기성정치에 맞선 지도자이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브라질 사회를 갈라놓은 인물입니다.
재미있는 건 두 지지층의 차이가 단순한 정치적 취향 수준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경제관념도, 종교와 사회문제를 보는 시각도 다르고, 상대방을 대하는 감정까지 다릅니다. 2022년 대선이 그 정도를 잘 보여줍니다. 룰라가 유효투표의 50.90%, 보우소나루가 49.10%를 얻었습니다. 거의 반반이었죠. 브라질 전체가 두 조각으로 나뉜 선거였습니다.
도대체 브라질은 왜 이렇게 된 걸까요?

1. 룰라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무엇을 기대할까?
룰라를 이해하려면 출신부터 봐야 합니다. 그는 북동부 페르남부쿠주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상파울루로 이주했습니다. 이후 금속노동자로 일하며 노동운동에 뛰어들었고, 노동자당(PT) 창당을 이끌었습니다. 그가 노동자와 저소득층의 상징이 된 배경에는 이런 삶의 이력이 있습니다.
2003년 첫 취임 이후 룰라 정부는 빈곤 감소와 소득 불평등 완화를 주요 과제로 삼았고, 대표 정책이 저소득 가정에 현금을 지원하는 보우사 파밀리아(Bolsa Família)입니다.
매달 생활비를 걱정하던 가정에 지원금이 들어오고, 식탁에 올라가는 음식이 늘고, 아이를 학교에 보내기가 조금 수월해진다면 어떨까요? 그 사람들에게 룰라는 단순한 정치인이 아니라 내 삶을 낫게 해준 대통령일 수 있습니다. 룰라와 노동자당이 북부와 북동부에서 강한 지지 기반을 갖게 된 데는 지역의 역사와 정치적 성향 등 여러 요인이 있지만, 이런 정책과 오랜 지지가 중요한 배경입니다.
반면 룰라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은 같은 정책을 다르게 봅니다. 정부 지원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만드는 것 아니냐, 세금은 누가 부담하느냐, 국가 재정은 괜찮으냐는 것이죠.
결국 같은 정책을 두고 한쪽은 사회적 보호라 하고, 다른 쪽은 정부 지출의 부담이라고 합니다. 어느 쪽이든 자기 입장에서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2. 룰라 정부를 둘러싼 부패 논란
룰라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빠지지 않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부패입니다.
룰라와 노동자당은 집권 시기 대형 부패 사건으로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2005년 정치권의 금품 제공 의혹으로 불거진 멘살랑(Mensalão), 이후 국영 석유기업 페트로브라스(Petrobras)를 둘러싸고 번진 라바 자투(Lava Jato) 수사가 대표적입니다.
사건마다 관련 인물과 법적 판단은 구분해서 봐야 하고, 모든 의혹이 같은 결론으로 이어진 것도 아닙니다. 그래도 정치적으로는 상당한 후폭풍을 남겼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다던 정당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느냐는 실망이 커졌고, 노동자당 지지자 중에도 등을 돌린 사람이 생겼습니다. 특히 중산층과 고소득층 일부는 노동자당 정부의 정책뿐 아니라 정치권 전반에 대한 불신을 강하게 느꼈습니다. 여기에 2014년 이후의 경기침체, 2016년 지우마 호세프(Dilma Rousseff) 대통령의 탄핵까지 겹치면서 브라질 정치는 크게 흔들렸고, 반노동자당(Anti-PT) 정서는 점점 강해졌습니다.
그렇다고 룰라 지지자들이 부패 문제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건 아닙니다. 정책 성과가 더 중요하다고 보는 사람도 있고, 사법절차와 정치적 탄압 논란을 함께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다만 반대편에서는 이 사건들이 노동자당을 불신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틈에서 보우소나루가 부상합니다.

자이르 보우소나로와 그의 아들 플라비오 보우소나루
3. 보우소나루는 어떻게 그렇게 많은 지지를 얻었을까?
자이르 보우소나루(Jair Bolsonaro)는 오랫동안 의회에서 활동한 정치인이지만, 2018년 대선에서 기성정치에 맞서는 인물로 강하게 부각됐습니다. 그가 내세운 메시지는 비교적 단순했습니다.
부패한 정치권을 바꾸겠다
범죄에 강경하게 대응하겠다
전통적인 가족의 가치를 지키겠다
정부의 역할과 규제를 줄이고 시장경제를 강화하겠다
이 메시지는 당시 브라질 사회의 여러 불만과 맞아떨어졌습니다. 부패에 실망한 사람에게는 기성정치에 맞서는 후보로, 치안에 불안을 느끼는 사람에게는 강력한 대응을 약속하는 후보로 보였습니다. 규제와 세금 부담을 줄이고 싶었던 경제계 일부에게도 매력적인 선택지였죠.
여기에 종교적 가치관이 더해졌습니다. 브라질은 가톨릭 전통이 강한 나라지만 복음주의 개신교(Evangélicos)의 사회적·정치적 영향력도 커졌습니다. 일부 복음주의 교회와 지도자들은 가족, 낙태, 성교육 같은 쟁점에서 보수적 입장을 강조해 왔고, 보우소나루는 이런 유권자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물론 복음주의 신자라고 모두 보우소나루를 지지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복음주의 교회와 보수적 사회관이 지지연합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보우소나루 지지층은 부유한 사람들만의 집단이 아닙니다. 부패에 실망한 사람, 범죄가 두려운 사람, 종교적 가치관을 중시하는 사람, 작은 정부와 시장경제를 선호하는 사람처럼 서로 다른 이유를 가진 사람들이 한 후보를 중심으로 모였습니다. 모든 문제에 동의하진 않아도, 룰라와 노동자당의 재집권만큼은 원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4. 브라질은 가난한 사람과 부자의 싸움일까?
브라질 정치를 설명할 때 흔히 나오는 구도가 있습니다. 북부·북동부는 룰라, 남부·남동부는 보우소나루. 저소득층은 룰라, 부유층은 보우소나루. 이런 경향이 어느 정도 나타나는 건 사실이지만,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합니다.
예를 들어 상파울루는 경제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면서 다양한 계층과 정치 성향이 공존합니다. 같은 동네에서도 룰라 지지자와 보우소나루 지지자가 함께 삽니다. 저소득층이라고 모두 룰라를, 부유층이라고 모두 보우소나루를 지지하지도 않습니다. 종교, 직업, 지역, 가족의 정치 성향, 경제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정치인을 평가할 때 통장 잔액만 보지도 않습니다. 어떤 사람은 정부 지원금이, 어떤 사람은 사업하기 좋은 환경이 중요합니다. 물가와 일자리를 먼저 보는 사람도, 치안이나 종교적 가치관을 더 중요하게 보는 사람도 있죠. 무엇을 가장 큰 문제로 보느냐에 따라 같은 정부를 평가하는 기준이 달라집니다.

5. 이제는 상대가 싫어서 투표하는 사람들도 많아졌습니다
브라질 정치에서 가장 흥미로우면서도 안타까운 부분이 여기입니다. 정치인을 좋아해서 투표하는 것과 상대를 막으려고 투표하는 것은 다릅니다.
룰라 지지자 중에는 보우소나루 진영의 재집권을 막으려고 룰라를 선택하는 사람이 있고, 반대로 룰라와 노동자당의 재집권을 막으려고 보우소나루 진영을 선택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현상이 강해지면 후보의 능력이나 정책보다 상대를 막는 일이 더 중요해집니다.
2025년 8월 입소스-이펙(Ipsos-Ipec) 여론조사에서도 이런 대립이 확인됐습니다. 응답자의 30%는 보우소나루를, 29%는 룰라를 더 거부한다고 답했고, 두 사람을 똑같이 거부한다는 응답도 22%였습니다. (조사 결과 보기)
이 결과를 보면 브라질 국민 모두가 둘 중 한 명을 열렬히 지지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두 사람 다 마음에 들지 않지만, 선거에서는 결국 한 사람을 골라야 하는 유권자도 있는 겁니다.
여기에 소셜미디어가 더해졌습니다. 내가 믿는 정치인의 좋은 소식은 빠르게 퍼 나르고, 반대편의 잘못은 더 크게 받아들입니다. 반대편 정보는 의심하면서 우리 편 정보는 쉽게 믿기도 하죠. 그러면 정치적 의견 차이가 상대의 인격과 도덕성에 대한 판단으로 번지기 쉽습니다. 정책 하나를 두고 토론하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사람으로 취급하게 됩니다.
결국 브라질의 분열은 한 가지 이유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룰라와 보우소나루의 대립은 단순한 좌파와 우파의 싸움이 아닙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정부의 역할은 어디까지여야 할까
부패한 정치권은 어떻게 바꿀까
범죄에는 얼마나 강경하게 대응해야 할까
종교와 전통적 가족의 가치는 정치에서 어떤 의미를 가져야 할까
경제성장을 위해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이 서로 다르다 보니 정치적 선택도 갈렸고, 경제위기와 부패 사건, 사회적 갈등이 겹치며 그 간격이 더 벌어졌습니다.
저는 룰라 지지자는 무조건 가난하고 보우소나루 지지자는 무조건 부유하다는 식의 시각은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마다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다르니까요. 누군가에게는 정부 지원이 절실하고, 누군가에게는 사업과 일자리가 더 중요합니다. 범죄에 대한 불안이 가장 큰 사람도, 정치권의 부패가 가장 큰 문제인 사람도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해 보입니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사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상대를 이해할 수 없는 적으로 여기기 시작하면 정치는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갈등을 키우게 됩니다.
브라질은 원래 다양한 인종과 문화, 종교가 함께 살아가는 나라입니다. 그런 브라질이 정치적으로도 서로 다른 생각이 공존하는 나라가 될 수 있을까요? 룰라가 옳으냐, 보우소나루가 옳으냐는 질문도 중요하겠지만, 어쩌면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는지도 모릅니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브라질 사람들은 어떻게 다시 하나로 뭉치게 하여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요?
브라질 정치의 진짜 숙제는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 2026년 대선 2차 투표를 앞두고
2차 투표는 10월 25일입니다. 1차 투표(10월 4일)에서는 플라비오 보우소나루가 유효투표의 47.03%로 룰라(45.16%)를 근소하게 앞섰습니다. 이번 1차 투표에서는 3,340만 명이 넘는 유권자가 투표소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불참률은 21.08%로, 대통령 선거 1차 투표 기준 1998년 이후 가장 높습니다. 불참 이유가 모두 정치에 대한 실망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이 투표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생각해 볼 만합니다. 정치에 관심이 없어진 걸까요,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는 걸까요, 아니면 누가 되어도 크게 달라질 게 없다고 느끼는 걸까요.

금융시장도 크게 반응했습니다. 1차 투표에서 플라비오가 앞서자 10월 5일 달러 환율은 4.12% 떨어져 1달러당 5헤알 수준에서 마감했고, 보베스파(Bovespa) 지수는 7.85% 올라 처음으로 20만 포인트를 넘었습니다. 시장에서는 이 결과를 브라질의 위험 프리미엄이 줄어드는 신호로 읽었습니다. 물론 시장이 플라비오의 당선을 확신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환율과 주가는 여러 요인에 영향을 받으니까요. 다만 선거 결과에 대한 기대가 시장에 큰 영향을 줬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합니다.
하지만 선거가 다가오면서 격차는 다시 좁혀졌습니다. 10월 15일 발표된 다타폴랴(Datafolha) 조사(13~15일)에서는 플라비오 47%, 룰라 45%로 오차범위(±2%p) 안의 접전이었습니다. 일주일 전 조사(49% 대 45%)보다 격차가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이는 조사 시점의 여론일 뿐, 실제 투표 결과를 알려주는 것은 아닙니다. 1차 투표에서 앞섰다고 2차 투표의 결과까지 정해지는 건 아닙니다. 마지막까지 지켜봐야겠죠.
어느 쪽이 이기든 브라질에는 풀어야 할 문제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경제와 물가, 치안, 국가 재정, 그리고 지금처럼 깊어진 정치적 갈등까지요. 저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브라질이 더 안정되고, 국민들이 조금 더 나은 삶을 누리는 나라가 되기를 바랍니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한 나라에서 함께 살아가는 것.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다음 대통령이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브라질의 탄탄한 미래를 응원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