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카낭의 비극부터 줄리메컵 도난까지, 브라질 월드컵 전설 7가지
- 한스 딜리버리

- 6월 19일
- 4분 분량
브라질은 단순히 '축구를 잘하는 나라'가 아닙니다. 월드컵 역사 자체를 써 내려온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전 세계 축구 팬들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브라질 월드컵 역사 속 흥미로운 비밀과 전설적인 순간들을 소개합니다.

1. 월드컵의 '유일무이'한 기록 제조기
브라질은 축구에 있어서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독보적인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구상 유일의 전 대회 출전국: 1930년 제1회 우루과이 월드컵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본선 진출에 실패한 적이 없는 유일한 나라입니다. 우승 경험이 있는 축구 강국들도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시곤 하지만, 브라질에게 '예선 탈락'이란 역사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압도적인 통산 기록: 월드컵 역사상 최다 출전, 최다 승리, 최다 득점, 그리고 통산 최다 우승(5회) 기록을 모두 보유하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브라질 사람들에게 축구는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일상이자 종교 그 자체입니다.

2. 브라질 전체가 통곡했던 밤, 마라카낭의 비극 (Maracanazo)
1950년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 개최국 브라질은 리우데자네이루의 신화적인 경기장인 마라카낭(Maracanã)에서 우루과이와 맞붙었습니다.
당시 경기장에는 무려 19만 9천여 명(공식 관중 약 17만 명)이라는 고대 로마 콜로세움을 능가하는 역대 최다 인파가 몰렸습니다. 브라질은 비기기만 해도 우승인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이었죠. 선제골까지 넣으며 축제 분위기였으나, 후반전 우루과이에 연달아 골을 허용하며 1:2로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하고 맙니다.
💡 여기서 잠깐! 경기장 인원 제한의 시작
이 경기 이후 FIFA는 관중들의 안전과 압사 사고 방지를 위해 모든 월드컵 경기장의 좌석 전면 좌석화 및 엄격한 구장 인원수 제한 규정을 신설하게 됩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20만 관중석은 거대한 무덤처럼 침묵에 빠졌습니다. 현장에서 심장마비와 자살로 목숨을 잃은 관중이 있을 정도로 브라질 국민들이 받은 정신적 충격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브라질 사람들은 지금도 이 사건을 '마라카낭의 비극(Maracanazo)'이라 부르며 슬퍼합니다.

유니폼에 얽힌 비밀: 당시 브라질의 주전 유니폼은 '백색'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패배를 불길함의 징조로 여긴 축구협회는 흰색 유니폼을 영구 퇴출하고 공모전을 열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오늘날 브라질의 상징인 노란색 상의와 초록색 깃, 파란 바지의 '카나리뉴(Canarinho, 카나리아)' 유니폼입니다.

3. 17세 소년 펠레, 세계를 놀라게 하다 (Feat. 별명의 비밀)
1958년 스웨덴 월드컵. 브라질은 축구 황제 펠레(Pelé)의 등장과 함께 마라카낭의 아픔을 씻고 첫 우승을 차지합니다. 당시 겨우 17세였던 펠레는 준결승에서 해트트릭, 결승전에서 환상적인 칩샷을 포함해 멀티골을 터뜨리며 전 세계를 경악하게 만들었습니다. 결승전 직후 감격에 겨워 울음을 터뜨리는 17세 소년의 모습은 월드컵 역사상 가장 감동적인 명장면으로 꼽힙니다.
🧐 '펠레(Pelé)'라는 별명의 웃픈 유래
펠레의 본명은 에드송 아란치스 두 나시멘투(Edson Arantes do Nascimento)입니다. 어릴 적 그는 아버지가 뛰던 팀의 골키퍼였던 '빌레(Bilé)'라는 선수의 열렬한 팬이었는데, 당시 발음이 서툴러 자꾸 "필레! 필레!"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이를 본 동네 친구들이 그를 놀리려고 "펠레"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이 평생의 별명이자 축구 황제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정작 펠레 본인은 어릴 때 이 별명을 아주 싫어했다고 하네요!)

4. 1970년, 전설적인 우승 뒤에 숨겨진 '기절초풍' 에피소드
펠레의 마지막 월드컵이었던 1970년 멕시코 월드컵의 브라질 대표팀은 축구 역사상 '역대 최고의 팀'으로 꼽힙니다. 하지만 이 완벽했던 팀도 장외에서는 엉뚱한 해프닝을 겪었습니다.
멕시코의 고지대 적응과 장거리 이동 때문에 브라질 대표팀은 전용기를 이용했는데, 현지 공항의 전권 다툼과 행정 착오, 일정 변경이 꼬이면서 "선수단 비행기가 실종되었다"는 뉴스가 돌 만큼 극심한 혼란을 겪었습니다. 경기를 앞두고 짐과 장비가 다른 공항으로 가버려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죠, 하지만 이런 행정적 난장판 속에서도 브라질은 본선 전 경기 승리라는 가공할 만한 공격 축구를 선보였습니다. 결국 통산 세 번째 우승을 달성하며, 당시 FIFA 규정에 따라 월드컵 우승 트로피인 '줄리메컵'을 세계 최초로 영구 소장하는 위업을 이루게 되죠.
하지만 이 위대한 유물의 결말은 허무했습니다. 1983년, 브라질 축구협회 본부에 침입한 괴한들에 의해 트로피를 도난당하는 전 세계적인 사건이 발생한 것입니다. 조사 결과 범인들이 순금 트로피를 녹여 금괴로 처분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두번째 도난당한 줄리메컵은 결국 영원히 행방불명되고 말았습니다. (현재 전시중인 줄리메컵은 레플리카입니다)

5. 브라질 국기 위의 별은 축구 우승 횟수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브라질 국기 중앙에 있는 수많은 별을 보며 월드컵 우승 횟수나 축구 영웅들을 기리는 거라고 오해하곤 합니다.
국기의 별: 사실 국기 속 27개의 별은 브라질의 26개 주(State)와 1개의 연방구(브라질리아)를 상징합니다. 1889년 11월 15일, 브라질이 공화정을 선포하던 날 밤 리우데자네이루 하늘에 떠 있던 실제 남십자자리 등의 별자리를 고스란히 옮겨놓은 것으로, 축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유니폼의 별: 반면 브라질 축구협회(CBF) 엠블럼 위에 당당하게 새겨진 5개의 초록색 별은 월드컵 우승 횟수를 의미하는 것이 맞습니다.

이웃 나라 우루과이의 '별 4개' 미스터리와 역사
우루과이는 월드컵 우승을 2번(1930, 1950) 했지만 유니폼에는 별이 4개 달려 있습니다. 월드컵이 생기기 전, FIFA가 직접 주관했던 1924년, 1928년 올림픽 축구 우승을 월드컵과 동급의 세계 대회로 인정해달라고 피파에 강력하게 주장해 관철시켰기 때문입니다.
재미있는 역사적 사실은, 우루과이가 과거 브라질 영토(시스플라티나 주)였다는 점입니다. 브라질로부터 독립 전쟁을 거쳐 떨어져 나간 역사에 항상 브라질의 뒷덜미를 잡은 우루과이다 보니, 두 나라의 축구 라이벌 의식은 한일전 못지않게 치열하답니다.

6. 안방에서 당한 충격, '미네이랑의 비극'
브라질 국민 모두가 통산 6번째 우승을 철석같이 믿었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준결승전. 네이마르의 부상 공백 속에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받으며 독일과 맞붙었습니다.
결과는 전 세계 축구사를 뒤흔든 1:7 대패. 전반 29분 만에 독일이 5골을 퍼부으며 경기는 순식간에 끝이 났습니다. 경기장 안의 관중들은 물론 브라질 전역이 집단 멘붕에 빠졌고, 이 사건은 경기장이 있던 벨루오리존치의 미네이랑 구장 이름을 따 '미네이랑의 비극(Mineiraço)'이라 불리며 1950년 마라카낭의 비극과 함께 브라질 축구 역사상 가장 어두운 밤으로 기록되었습니다.

7. 브라질이 가장 그리워하는 낭만의 시대, 2002년
그래서 브라질 사람들은 아직도 전 경기 승리로 완벽하게 다섯 번째 별을 달았던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가장 그리워합니다.
당시 브라질의 공격진은 이름만 들어도 상대 수비진을 공포에 떨게 했던 '3R 삼각편대'였습니다.
Ronaldo (호나우두)
Rivaldo (히바우두)
Ronaldinho (호나우지뉴)
여기에 세계 최고의 좌우 풀백 듀오였던 호베르투 카를로스와 카푸가 공수를 휘저었습니다. 특히 결승전에서 독일의 통곡의 벽 '올리버 칸'을 무너뜨리며 2골을 넣은 호나우두의 앞머리만 남긴 동자형? 독특한 헤어스타일은 실력과 스타성을 동시에 보여준 2002년의 아이콘이었습니다. (훗날 호나우두는 부상 조명 대신 부진에 대한 언론의 관심을 분산시키기 위해 일부러 시선을 끄는 머리를 했다고 밝혔죠.)

브라질에서는 월드컵이 열리면 온 거리가 노랗고 초록색인 국기 빛깔로 도배되고, 브라질 경기가 있는 날이면 관공서와 기업들이 단체로 휴업하거나 단축 근무를 합니다. 축구가 곧 국가의 심장박동이기 때문입니다. 월드컵 역사 속 수많은 전설과 눈물, 그리고 기적의 순간들. 그 중심에는 언제나 브라질이 있었습니다.
"브라질을 이해하고 싶다면 축구를 알아야 하고, 축구를 이해하고 싶다면 브라질을 알아야 합니다."



댓글